손에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되는 ‘모바일 온리’시대지만 오프라인서 진행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힘이 있다. 골머리를 앓던 것이 선행자들을 만나 쉽게 풀리기도 하고, 답보상태가 면대면 의사소통을 통해 단번에 풀리기도 한다. 별다른 목적이 없다해도 모임에 참석해 귀동냥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27일 팁스타운에서 이상한 네트워킹 이벤트가 열렸다. 의자도 없고 책상도 없었다. 초등학생 이름표 처럼 큼직한 명찰을 단 100여 명이 행사장을 채웠다.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웬만한 행사의 키노트 연사로 초빙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업 대표와 기관 리더였다. 그런데 누가 마이크를 잡아도 수분 내로 발언을 마쳐야 했다. 코리아 오픈 이노베이션 파티(Korea Open Innovation Party, 이하 KOI파티) 두 번째 행사 이야기다.
창업진흥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월 주제를 정해 관련 창업기업과 대기업, 중견기업, AC, VC, 투자사 등이 정보교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네트워킹의 장이다. 올해 정례화되어 지난 2월 O2O를 주제로 첫 행사가 열렸다.
2회 KOI파티 주제는 ‘5G’로, 그에 걸맞는 인사들이 모였다. 통신 3사를 비롯해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대표, 액셀러레이터 수장들이 참석했다. 연초 CES와 MWC는 각국 통신사와 장비 제조사들이 자사 5G 기술 성과를 알리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5G 외교’의 장이었다. 지난 몇년 간 일부 제조기업과 이동통신사의 장외 리그로 비춰지던 ‘5G 게임’이 올해는 유관 기관 모두가 참여하는 ‘월드컵’이 되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도 5세대 이동통신을 주제로 ‘새 관계 맺음’을 시도했다.
이하 제2회 KOI파티 전체 발표자들(29명)
KOI파티의 발표자는 길게는 4분(캐주얼 피칭 10명), 짧게는 1분(패스트피칭 15명) 내 발표를 마쳐야 한다. 주최자인 김광현 창업진흥원 원장의 인사말도 2분(정확히는 1분 45초)을 넘기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이전 디캠프 센터장 시절부터 무대 인삿말을 짧게 하기로 유명하다.
“파티라고 해서 왔는데, 의자도 없고 명찰은 초등학생 이름표처럼 크다. 어색할거다. 네트워킹 취지에 맞춰 이렇게 구성했다. 주변 누구에게나 말을 걸어도 대화가 통할거다. 이 행사는 누구나 신청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는) 초청한 사람들만 오는 프라이빗 네트워킹 행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언론사에 입사했을 때 취재하던 것이 모뎀이었는데, 지금은 5G시대가 되었다. 엄청난 변화다. 오늘 각 분야에서 혁신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란다. 즐겨달라.”
키노트 연사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교수가 나서 ‘5G 뉴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일주일간 다녀온 MWC2019를 정리하며, “올해 MWC는 5G가 핵심이슈임을 재삼 확인했다. 그간 총론만 있던 5G가 올해부터 각론이 나왔다”며, “5G시대는 단순히 4G에서 기술적 진화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모든게 바뀌는 혁명 수준이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G의 향연이었던 MWC2019의 핵심 키워드로 “영상, AR-VR, 5G PC”를 들었다.
정연민 헤카스 대표는 자사 ‘차세대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소개했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자사 ‘자율주행 차량 및 스마트 시티 센서’에 대해 소개했다. 에스오에스랩은 CES 2019 행사에서 자율주행 차량용 ‘하이브리드 스캐닝 방식’ 라이다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에스오에스랩의 하이브리드 라이다는 기존 라이다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모터 방식과 고체형(Solid-State) MEMS방식의 장점만을 결합한 구조로 성능 및 안정성과 가격적인 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휘영 브래니 대표는 자사 ‘어린이용 VR콘텐츠’를 소개했다. 브래니는 키즈 VR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동섭 LG유플러스 OI팀장은 자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스타트업과 지원 및 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개발 중인 ‘고정밀 3차원 지도 제작 솔루션’을 소개했다. 모빌테크의 기술은 라이다와 카메라를 활용해3차원 지도 정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딥러닝을 통해 후처리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3D지도 제작 및 자율주행에서 의미가 있다. 모빌테크 팀은 3D지도 제작,라이다,영상 처리 등을 연구한 박사 인력들로 구성돼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네이버 D2SF로부터 투자유치를 했다.
최용준 SKT 오픈콜라보셀 부장은 SKT의 오픈이노베이션과 스타트업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박성용 쿨클라우드 대표는 자사 ‘소프트웨어 기반 기지국 연결기술’을 발표했다.
김회관 더블미 대표는 ‘5G 실시간 홀로그래피 텔레포테이션’ 기술을 설명했다. 더블미는 사람, 동물의 움직임 등을 3D캡쳐하여 혼합현실 (MR)에 적용하는 홀로그래픽 혼합현실 (Holographic Mixed Reality) 기술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오원석 KT SCM전략실 차장은 KT의 5G오픈랩을 소개했다.
우승원 삼십구도씨 대표는 자사 ‘5G 모바일 라이브 방송 시스템 앱’을 소개했다. 삼십구도씨는 그동안 B2B 솔루션인 릴레이(LILAY)를 공급해왔다. 릴레이는 고가의 방송장비나 중계차, 숙련된 전문인력, 복잡한 유선 연결 등이 없어도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서로 연결, 다중의 영상을 생중계할 수 있는 앱이다. 스마트폰 1대는 인터넷에 연결하고 나머지 스마트폰은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끼리 연결해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것을 생중계할 수 있다. 방송 중에 이미지 삽입, 다른 영상 삽입, 자막 등 실시간 편집도 가능하다. 삼십구도씨는 4월 B2C서비스 출시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할 계획이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롯데의 오픈이노베이션과 투자 등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류기현 딥스튜디오 대표는 ‘딥러닝 디지털 휴먼’을 키워드로 발표를 진행했다. 딥스튜디오는 딥러닝 기술의 대중화가 비전인 스타트업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의 포트폴리오팀(13기)이기도 하다.
고재용 와이드벤티지 대표는 배터리나 블루투스가 필요 없는 심플한 스마트폰용 조이스틱을 소개했다. 와이드벤티지는 게임 플레이를 넘어 VR과 AR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정주홍 디에스브로드캐스트 대표는 자사에서 개발한 4K UHD 인코더와 디코더를 소개했다.
김영옥 LG디스플레이 리더는 LG디스플레이의 스타트업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소개했다.
강신우 엔트리움 대표는 5G통신 부품용 전자파 차단 신소재를 소개했다.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는 개발 중인 스마트 항만을 위한 접안 분석 시스템을 소개했다. 씨드로닉스는 ‘조선업의 미래’ AI선박에 도전장을 내민 기술 스타트업이다.
배대현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은 물산업 분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설명했다.
김근배 닥터스팹 대표는 자사 링거, 소변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드롭케어)을 소개했다. 닥터스팹은 의료용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진단장치 개발업체다.
LG전자 박순형 책임은 LG전자의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소개했다.
박종현 현대미포조선 과장은 현대미포조선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소개했다.
서지훈 아이테크 대표는 자사 투명전극, 투명발열체 및 모듈을 소개했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는 자사 ‘고품질 자율주행 데이터 실시간 수집 기술’을 설명했다. 쓰리세컨즈는 경주용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윤홍렬 삼성넥스트 프로는 삼성넥스트의 투자 및 이노베이션을 설명했다.
김범준 라프텔 대표는 애니메이션 추천 및 스트리밍 플랫폼을 소개했다. 라프텔은 지난해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김범래 민트팟 이사는 VR영상콘텐츠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는 자사 ‘VR기술 종합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석종훈 실장은 “스타트업, 벤처 육성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조직에 스타트업 문화를 접목해 정부가 보다 혁신적으로 바뀌게 하는 중간자 역할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정부에 대한 좋은 제언과 아이디어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