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토리 작가, 그래픽·원화 아티스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등…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브래니는 아이들이 실감 미디어에 편안·안전하게 입문하도록 돕는 기업" 개발팀 ‘현장’에 투입해 이용자 경험 개선하려 노력
"미래의 어린이들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계속 이용하듯, 가상현실(VR) 등 실감 미디어를 오랫동안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브래니는 아이가 이를 처음 경험할 때 처음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회사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어린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정휘영 브래니 대표는 어린이 대상 기능성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게임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XR은 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한 번에 이르는 용어다. 브래니는 5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교육 소프트웨어를 XR형식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정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UI)’다. 어린이가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어지러움을 줄이기 위해 기획·설계 단계부터 노력한다. 브래니는 오랜 기간 어지러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만큼 이에 대한 노하우도 많다.
정 대표에 따르면 VR콘텐츠에서는 이용자가 머리를 돌렸을 때 화면이 늦게 따라오면 큰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브래니는 게임을 설계할 때부터 갑작스럽게 시선을 돌려야하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쿠링 원더랜드’는 2분 정도 길이의 게임을 한 번 즐기면 큰 움직임이 필요 없는 로비(방 안)로 돌아와 눈의 피로를 자연스럽게 풀도록 설계했다.
이에 더해 게임의 전체적인 채도를 조절하거나, 게임의 시점을 아이에 맞게 살짝 낮춰 설정해 어린이가 게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게임 마다 ‘목소리·그림·글’로 규칙과 이용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게임 외부에서 이용자에게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VR게임 특성상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브래니는 설계 단계부터 게임 내 동선을 최적화해 어린이들이 돌아다녀도 자연스럽게 일정 공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이 덕에 브래니는 키즈 XR 시장에서 UX, UI, 조작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비결을 묻자 정 대표는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행사에서 브래니 제품을 시연할 때 항상 개발자가 직접 이를 지켜보고 이용자 반응을 점검한다"며 "직접 모은 2400개쯤의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서비스를 지속해서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6개 콘텐츠 3년 동안 40억 들여 개발…다채로운 장르 게임은 물론, 교육 콘텐츠도
브래니는 2016년에 설립할 때부터 어린이 대상 XR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VR기기 성능 문제로 인해 어린이들이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3년 동안 6개 콘텐츠에 40억원을 들일 정도로 뚝심 있게 콘텐츠 개발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9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 유원지·관광 협회(IAAPA) 엑스포에서 ‘쿠링 키즈존’을 론칭했고, 최근에는 대만 가오슝 대형 VR체험관 ‘바이브랜드’에 1호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기기 등 제품을 3일 직접 보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국회 게임포럼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이후에도 중동, 인도, 미국 등 지역 행사에 참여해 자사 제품을 알릴 예정이다.
쿠링 키즈존은 브래니의 콘텐츠와 ‘쿠링’ 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상품, 아케이드 기기가 결합한 종합 놀이 공간이다. 어린이들은 쿠링 게임을 즐기고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게임 기기에서 캡슐 토이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 게임 화면을 별도 시점으로 외부에 중계하고, 아이의 크고 귀여운 동작을 유도해 VR 이용자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게 배려했다.
정 대표는 "아이를 위한 리듬, 클라이밍, 대전 등 다채로운 장르의 게임을 마련했다"며 "9월 파리 IAAPA 행사에서 선보였을 때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VR기기 브랜드 바이브의 센서가 필요 없는 차기 모델과 함께 선보일 ‘쿠링 코딩 어드벤처’도 있다. VR게임을 통해 코딩의 기본 원리와 절차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브래니는 10월에는 남양주 부평초등학교, 11월에는 이태원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코딩 캠프’를 진행한다.
XR 클래스 샘플 영상. /브래니 유튜브 채널
브래니는 미래 교실 프로젝트인 ‘XR 클래스’를 2020년 1월 베트쇼(bett show)에서 처음으로 시연할 예정이다. 다수 이용자가 한 교실에 동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음성 채팅, 상호작용한다. VR 교실에서 공룡, 인체, 건축물로 수학 배우기 등 다채로운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쿠링’ 캐릭터가 선생님 역할을 하며 아이를 가르친다.
정 대표는 "아이들이 콘텐츠를 즐기며 21세기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한국의 경우 SKT와 협업해 XR 클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XR 클래스를 제작할 때 한국, 캐나다, 미국의 교육과정을 분석해 VR로 구현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내용을 추려 한 학기 분량 콘텐츠를 우선 만들었다"며 "옥스포드 등 해외의 좋은 교재를 바탕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이같은 양질 콘텐츠를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라그나로크’ 제작한 그라비티 CEO 출신 정 대표 개발팀 막내가 업계 경력 10년 차일 정도로 베테랑 모아
브래니는 구성원이 총 22명이다. 이 회사는 인력은 적어도 개발팀 막내가 업계 경력 10년차일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정 대표부터가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만든 그라비티 CEO 출신이다. 그는 이후 오리온 등에서 일하다가 가능성이 풍부한 가상현실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회사 내에는 MMORPG를 글로벌 서비스해 본 인력은 물론, 교육·커리큘럼 전문가, 박사학위 소유자도 있다. 사업팀의 경우, 모두 현지에서 10년 이상 생활해본 현지 전문가로 구성했다. 러시아어, 몽골어 등 8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정 대표는 "계속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뽑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투자를 유치해 인원을 더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브래니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변화하는 VR장비 산업도 주의 깊게 살핀다. 특히 유력 VR장비 브랜드인 ‘바이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출시 전에 새 기계를 미리 받아 개발에 활용한다. 센서가 필요 없는 바이브 차세대기에 번들 소프트웨어로 ‘쿠링 코딩 어드벤처’를 탑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이다.
정 대표는 "브래니처럼 한 업체가 한 공간을 전부 자사 콘텐츠로 꾸밀 정도의 성과를 낸 사례는 흔치 않다"며 새 기계가 나오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미리 따라가서 내년에는 XR 키즈 시장을 이끄는 기업에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첨단 산업 분야, 기술 개발 토대될 수 있어 VR시장 대규모 투자하며 이끌어갈 기업 등장해야
정 대표가 바라보는 게임업계는 어떨까. 그는 우선 게임계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아쉬워했다.
정 대표는 게임은 '첨단 산업'이라고 강조하며 "그라비티 CEO시절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며 서버 기술을 얻었는데 이를 인수한 소프트뱅크가 다듬어 인공지능 서버 기술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기술을 개발할 때 게임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게임 업계 인재가 VR업계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VR콘텐츠는 언리얼,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보유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한국의 경우, 시장 진입 시기가 늦어 VR업계에서 다소 뒤처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렇다 할 VR장비는 물론 플랫폼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업계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시장을 이끌어갈 기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